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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wath Damodaran - 인플레이션 시대 (1)

떡상이 2022. 2. 7. 16:58

 

"일시적 인플레이션"

 

2021년을 되짚어보자. 은행가, 정치인, 투자 대가들은 다가올 인플레이션과 그 파급 효과들을 무시해왔다. 위정자들은 사도 베드로처럼 인플레이션을 재차 부정했다. 처음엔- "작금의 물가상승은 COVID로부터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일어난 일시적 현상이다". 나중엔- "공급망 문제가 일시적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다". 현실은 달랐다. 물가는 1년 내내 상승했다. 지금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그들이 말하던 것처럼 정말로 일시적 현상인지 의문이다. 이제 인플레이션은 2022년의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인플레이션이 2022년 동안 어떻게 진행될지, 내년에도 지속될지 걱정하고 있다. 나는 인플레이션이 주식, 채권, 환율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 설명해보겠다.

 

 

 

인플레이션 측정은 어떻게 할까?

 

작년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을 때, 난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측정되는지, 주식-채권-원자재 등의 자산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에 대해 기고한 바 있다. 요점만 정리해보겠다.

 

인플레이션 측정은 대단히 복잡한 일이다. 서비스 / 원자재 / 소비재 등 각기 다른 상품군의 가격 상승을 어떤 지표를 기준삼아야 하는가? 또, 측정 비중을 어떻게 둘 것인가?(소비재에 30% 비중을 둘 건지, 15% 비중을 둘 건지). 가격만 측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누구 입장에서 인플레이션을 측정해야 하는가? 생산자 - 소비자 - GDP 가격 수정 인자. 이렇게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측정 지표를 하나로 통일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은 3개의 지표로 나누어 측정된다.

 

CPI : 소비자 물가지수

PPI : 생산자 물가지수

GDP deflator : GDP 디플레이터

 

위 도표를 참고하라. 현재의 인플레이션(특히 PPI)은 최근 40년간 도달하지 못한 수치이다.

 

주식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적발표에 목메는 것처럼,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일은 채권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는 2개로 나뉜다 - 채권 쟁이들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채권 시장, 월간 미시건 소비자태도지수.

 

언론 매체에서 보도하는 현재 물가 상승(사과 20% 인상, 전자제품 13% 인상 등)은 자산 시장(주식, 채권, 환율 등)에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실시간 물가는 시장에 모두 반영된 팩터이기 때문이다.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이다.

 

주목할 점이 있다. 위 도표를 유심히 살펴보라. 소비자가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수치와, 채권쟁이들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수치 사이엔 항상 격차가 있다. 소비자들은 호들갑 떨며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측하지만, 채권 쟁이들은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물론 요즘의 채권 시장은 물가 상승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최근의 10년물 상승이 그 근거다. 하지만 도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소비자와 채권 쟁이들의 견해 차이는 역사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위 도표를 참고하라. 다수의 투자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믿는다. 2020년 말, 투자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우려했다. 사람들은 집 안에만 있을 것이며, 따라서 디플레이션이 팽배할 것이라 전망했다. 상황은 달라졌다. 2021년 말엔 무려 94%의 투자자들이 물가상승(2.5% 이상)을 전망한다. 디플레이션을 전망했던 투자자들은 재빨리 생각을 바꾸었다. 오직 소수의 "선지자"-캐시우드-들만이 꿋꿋이 디플레이션을 예언하고 있다. 캐시우드와 그 소수의 패거리들은 디플레이션이야말로 주식시장과 경제에 진정한 위협이라 외치고 있다. 광야를 떠도는 세례 요한처럼 말이다.

 

Fed는 물가상승률 2% 이하를 목표로 해왔다. 최근엔 2% 이상의 물가상승도 (일시적으로) 용인하겠다는 스탠스를 밝힌 바 있다. 어쨌든, Fed의 통화정책(완화 또는 긴축)의 방향은 인플레이션 흐름이 정한다.

 

 

인플레이션이 돌아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인플레이션이 왜 발생했는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오가고 있다.

 

 

일시적 인플레이션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 이 모든 것은 일시적이다. COVID가 퍼지자, 정부는 셧다운 조치를 취했다. 경제는 마비되었다. 공장은 작동하지 않고, 원자재 역시 공급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 정부는 지원금을 뿌려댄다. 물건의 재고는 없는데 돈이 남아도니 물가는 당연히 상승한다. 셧다운을 풀고 공장을 돌리려 하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개발도상국들의 COVID 피해가 심각하여, 원자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세계 무역의 톱니바퀴는 어그러졌다. 이제 각 톱니바퀴는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다. 안심하라. 다 일시적인 문제다. 공장주는 이때다 싶어 생산량을 증가시킬 것이다. 탄광은 높은 마진으로 인해 가동률이 높아진다. 선주는 더 많은 컨테이너를 수송하고, 기존에 사용되지 않던 유정들은 다시 석유를 퍼낼 것이다. 정부의 곳간은 텅 비었다. 더 이상 지원금을 뿌려댈 수 없다. 지원금을 받으며 놀던 사람들은 돈이 다 떨어졌다. 이제 다시 출근해야 한다. 역사는 증명해왔다. 물가상승 요인이 줄어들면,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럽게 쪼그라들 것이다.

 

 

무척이나 안심이 되는 주장 속엔, 함정이 숨어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된다 해도, 어느 수준으로 완화되는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가? 인플레이션이 진정된다 해도, 과거와 같은 디플레이션 수준으로 물가가 유지될까?

 

한편, 1970년대를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믿는다. 불안정한 인플레이션의 시대 말이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 경제와 증시를 망칠 것이라 전망한다.

 

 

금리와 인플레이션

 

금리와 인플레이션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간혹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따로 놀 때가 있다. 그럴 땐, 반드시 큰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상에 대해 끊임없이 언급하고 있다. 나는 현 상황을 이렇게 해석한다 : 중앙은행의 힘이 아무리 막강하다고 한들, 마음대로 시장 금리를 낮출 수 없다. 시장 금리를 책정하는 건 채권 쟁이들이다. 중앙은행은 지속적으로 채권 쟁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하지만, 시장 금리 자체를 조작하는 건 힘든 일이다.

 

 

2021 미국 채권 시장 : 평화로웠던 한 해

격동의 2020년 시기를 뒤돌아 보자. COVID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정지했다. 금리는 폭락했고, 밑바닥에서 기어야만 했다. 2021년은 상황이 좀 더 나았다. 장기채 금리가 단계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단기채 금리는 (최근 상승했음에도)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채 스프레드란, 미국 국채와 회사채와의 수익률 차이를 의미한다. 예시를 들어보겠다. 미국 40년 만기 채권과 Apple 40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0.92%이다. 안전한 미국 국고채를 매수하지 않고, 더 위험한 Apple 채권을 매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리스크 프리미엄은 연 0.92% 더 높은 이자인 셈이다. 회사채 스프레드는 우량 기업에게는 이렇게 관대하지만, 비우량기업 / 또는 정크 기업들에겐 가혹하다. 2021년의 회사채 시장은 어떨까? 채권 쟁이들이 아무래도 조금은 더 관대해진 것 같다. 비우량기업에 대한 스프레드가 낮아지고 있다. 이제 비우량기업들은 보다 저렴한 이자를 지불해도 된다. 즉, 채권쟁이들의 위험자산(B, CCC)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 역시 낮아졌다는 뜻이다.

 

 

채권쟁이들이 고려하는 변수들 - 기대 인플레이션, 금리, 경제성장률, 통화정책

채권쟁이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당신이 10년 만기 채권과 같은 장기적 무위험자산에 투자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연 2%씩 채권 이자를 받아도, 물가가 연 5%씩 오른다면, 실질 수익률은 연 -3%인 셈이다. 그래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계산해야만 한다. 또한, 경제성장률 역시 예측해야 한다. Fed가 금리 인상할지, 인하할지 등의 움직임도 예측해야 한다. Fed가 1년 후 금리를 1% 올린다고 생각해보라. 당신이 가지고 있는 10년 만기 채권은 연 1.5% 정도의 수익을 주는데,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연 2.5% 정도의 수익률을 제공한다면, 복장 터질 일이다.

 

 

금리를 움직이는 힘에 대해 알아보자. 금리는 다수의 힘에 의해 움직인다. Fed의 레토릭은 매일 투자자들을 일희일비하게 만든다. 그들의 탐욕과 공포가 금리를 흔든다. 그러나, 금리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경제의 펀더멘탈이다. 경제의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이 장기적 모멘텀 요인이다.

 

회색 : 물가상승률 / 파란색 : 실질 GDP 성장률 / 빨간색 : 10년물 금리 / 검은색 : (평준화된) 내재 무위험수익률

 

내재 무위험수익률 : 물가상승률 + 실질 GDP 성장률

(평준화된) 내재 무위험수익률 : 지난 10년간 평균 물가상승률 + 지난 10년간 실질GDP 상승률

 

위 도표를 꼼꼼히 살펴보라. 특히 2010 ~ 2020년의 곡선을 보라. 이 구간의 10년 물 금리, 물가상승률, GDP 상승률이 전부 낮다. Fed의 양적완화 통화정책 때문에 이렇게 된게 아니다. 역사적인 저성장, 저물가 시대여서 그렇다는 걸 알 수 있다. Fed가 금리를 조종한게 아니라, 경제의 펀더멘탈이 금리를 조정했다는 뜻이다. 도표의 끝자락(2021년)을 보라. 2022년을 앞두고, 무위험수익률이 10년물 금리보다 훨씬 높다. 역사적으로, 무위험수익률과 10년물 금리의 격차는 반드시 좁혀지게 되어있다. 추정되는 미래는 다음과 같다.

 

 

1. 10년물 금리가 인상되어 무위험수익률을 따라잡던지

2. 불황이 찾아와 무위험수익률 하락 (10년물 금리 수준으로)

3. 인플레이션이 사라져서 무위험수익률이 하락 (10년물 금리 수준으로)

 

위 3가지 일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글이 너무 길어서 다음편에서 마저 적겠습니다.